병원소식
황일영 동천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동강병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2020년 46만8,083명에서 2024년 55만3,524명으로 약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령대별 증가율은 20대가 26.7%로 가장 높고, 30대가 23.8%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젊은 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통풍이 단순히 음식 섭취 문제가 아니라 요산대사 이상과 관련된 질환이며,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수면 부족·스트레스·불규칙한 생활 등 대사 균형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점차 찬 기운이 가시고 날씨가 점점 풀리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동료들과 자리를 마련해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기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육류나 튀김 위주 식습관이 일반화돼 이전에 비해 유독 발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갑작스럽게 엄지발가락이 붓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의심해 볼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통풍이다. 황일영 동천동강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와 통풍에 대해 살펴본다.
#통풍
통풍은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대사산물로, 정상적으로는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요산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혈액 내 농도가 높아지고, 이 요산이 결정 형태로 관절이나 주변 조직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급성 관절염이 바로 통풍 발작이다. 흔히 내과적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관절 통증을 주 증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형외과에서도 매우 자주 접하게 되는 질환이다. 특히 급성기에는 환자가 걷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응급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관절 통증
통풍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극심한 관절 통증이다.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발목, 무릎, 손목 등 다른 관절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은 대개 밤사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해당 부위가 붉게 변하고 심하게 부어오른다. 환자들은 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급성 통풍 발작은 며칠에서 길게는 1~2주 정도 지속되다가 자연스럽게 호전되기도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원인
통풍의 원인은 크게 요산 생성의 증가와 배출의 감소로 나눌 수 있다. 육류, 내장류, 해산물과 같은 퓨린이 풍부한 음식 섭취가 많거나 과도한 음주는 요산 생성을 증가시킨다. 특히 맥주와 같은 알코올 음료는 요산 수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만, 고혈압, 당뇨병, 만성 신장 질환과 같은 질환 역시 요산 배출을 감소시켜 통풍 발생 위험을 높인다. 유전적인 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말연시 이후 통풍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잦은 회식과 과식, 음주가 반복되면서 체내 요산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여기에 수분 섭취 감소나 피로까지 겹치면서 통풍 발작이 촉발된다. 특히 평소 증상이 없던 사람도 이 시기를 계기로 처음 통풍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풍은 단순한 관절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복적인 염증으로 인해 관절이 손상될 수 있으며, 요산 결정이 피부 아래에 쌓여 결절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신장에 요산이 침착되면서 요로결석이나 신장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통풍은 단순히 통증을 조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요산 수치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과 치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시 관절액 검사를 시행해 요산 결정의 존재를 확인한다. 영상검사에서는 초기에는 뚜렷한 이상이 없을 수 있지만, 만성 통풍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관절 주변에 ‘토피(tophi)’라 불리는 요산 결정 덩어리가 관찰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관절 변형과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급성 통풍 발작 시 치료의 핵심은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조절하는 것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콜히친,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 선택이 달라지며,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관절 내 주사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휴식이 중요하며, 통증이 있는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통풍 치료에서 더 중요한 것은 급성기 치료 이후의 관리다. 통풍은 일회성 질환이 아니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요산 수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요산 저하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를 중단하거나 식이조절을 소홀히 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성 통풍
만성 통풍은 관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적인 염증은 관절 연골을 손상시키고, 결국 퇴행성 관절염과 유사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한 통증을 넘어 관절 변형과 기능 제한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실제로 발이나 발목 관절의 심한 변형으로 인해 보행 장애를 겪는 환자도 적지 않다.
또한 통풍 환자에서는 힘줄이나 인대 주변에도 요산 결정이 침착될 수 있어 다양한 근골격계 증상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아킬레스건 부위 통증이나 무릎 주변의 만성 통증이 통풍과 관련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반복적인 관절 통증이 있다면 통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방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 관리가 필수적이다. 내장류, 붉은 고기 등 퓨린이 많이 포함된 음식 섭취를 줄이고, 과도한 음주를 피해야 한다. 특히 맥주는 요산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요산 배출을 돕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또한 적절한 체중 유지와 규칙적인 운동은 통풍 예방과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풍은 한 번의 발작으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만성화될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초기에는 증상이 사라지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통풍은 충분히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관절 통증을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혹시 의심되는 경우가 있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